20120702 공식 블로그에 올라갈 장보기 포스팅 Lilongwe, Malawi

안녕하세요! 또 다른 한 주의 시작이군요. 벌써 월요일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대체 주말은, 프로젝트 말라위의 주말은 어디로 갔는가? 네, 저희의 주말의 4분지 1은 장보기에 투입됩니다. 5기 새 멤버들도 짤막하게 소개할 겸, 우리 장보기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보겠습니다!





우리의 장보기는 토요일 오전 7시 반 (출근 시간과 똑같아요) 에 출발하여 보통 12시 무렵 돌아오게 되는 대장정입니다. 7명 식구들의 일주일 치 장을 보려니 살 것도 많고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차를 사용할 수 있는 저희 팀에 의존하는 대양누가병원 내 식구들이 많아서, 많게는 5곳이 넘는 가구들의 장보기 심부름까지 대행할 때가 많습니다. 저 무지막지한(!) 리스트가 보이셔요? 보통 6개+ 의 상점을 들르게 되기 때문에, 상점별로 살 품목을 이번에 새로 정리했습니다. 거기다가 전날이나 당일날 김수지 교수님, 김은석 선생님댁, 김혜숙 교수님 댁, 백 선교사님 댁, 권하얀 선생님 및 김삼기 선생님 부부 댁 등등이 부탁하신 것이 있으면 펜으로 잘 정리해서 적어갑니다. 이번 주는 다음 휴일 때 여행 가서 필요한 물품들이 있어 더 추가된 부분들이 있군요.





첫 번째 관문은 치피쿠(Chipiku)입니다. Chilambula lodge 근처, Paul Kagame 도로에 위치한 Chipiku Plus는 말라위에서 물가가 가장 싼 쇼핑센터입니다. Blantyre나 Zomba, Salima 등등에는 물론이고 조금 더 외진 곳까지 자리하고 있습니다. 운영진은 인도 계열 자본입니다. 말라위에는 정착해서 사는 인도인 3세대, 4세대들이 많거든요. 여기서 우리는 쌀과 물, 우유, 주스, 세제, 커피, 차, 각종 소스 및 캔류, 보존식품, 면류, 향신료, 씨리얼 등등 웬만한 것을 다 삽니다.


예전에 설탕 파동이 일었을 때 치피쿠에서는 설탕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곤 했어요. 공식 신문에 뜬 것은 아니라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설탕 매점매석/가격 조정으로 일시 영업정지를 당한 적도 있대지요. (http://chipiechirwa.wordpress.com/2012/04/13/chipiku-plus-foodzone-closed-for-sugar-price-manipulation/) 그 다음부터 설탕이 재고가 떨어진다 싶으면 아예 서너 팩을 사다가 놓곤 합니다. 이번 주에는 차에 설탕을 잔뜩 타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스탭들을 위해서 설탕을 사비로 한 팩 사다가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 있죠.


이건 여담이지만, 치피쿠는 말라위의 Central Region Football League를 후원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습니다. (http://mwnation.com/sports-the-nation/7175-chipiku-raises-league-sponsorship) 링크된 네이션 지의 기사를 보시면 콰차의 평가절하(devaluation) 이후에도 스폰서를 지속하겠다는 매니저의 말을 보실 수 있을거예요. 





5기 여사라 펠로우 (28) 입니다 (가운데) 여성스러운 것이 매력인 사라 언니는 요즘 HIV/AIDS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현재 있는 사람 중 유일하게 석사를 논문 및 졸업까지 마치고 온 사람입니다. 미네소타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했어요. 사진에서는 초코바를 탐내고 있습니다만, 비싸서 몇 개 못 고르고 마네요.


여기에서 신선한 야채 등이 아닌 음식은 대체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입품이기 때문에 무척 비쌉니다. 우유나 과자를 보면 죄다 South Africa 산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다이제 같이 생긴 것이 800콰차 (약 4500원) 정도라니까요. 어휴.





두 번째 관문은 Foodworth입니다. 고기와 크림, 빵을 사러 가는 곳이예요. 스테이크 용 및 다진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 있을 건 다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멋진 요리를 해내기도 힘들고, 값도 싸진 않기 때문에 보통은 닭가슴살(breast fillet) 두세 팩에 다진 쇠고기(minced beef) 두세 팩 정도만 사서 귀가하곤 해요. 가끔 의욕에 불타는 한 주에는 소시지나 베이컨, 스테이크 고기를 사기도 합니다. 다른 슈퍼마켓에서도 고기는 팔지만, 어쩐 일인지 나쁜 냄새가 나거나 영 질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아 고기는 요즘 늘 Foodworth에서 사곤 해요. 우리가 들르는 상점 중 가장 비싼 곳입니다. 그만큼 주 고객은 백인이예요.


Foodworth만의 좋은 점: 계산대 근처에는 BBC Africa Review 같은 탐나는 잡지들이 잔뜩 있어 가끔 사비로 사서 들고 오곤 합니다.





세 번째 관문: 장보기의 하이라이트, 재래 시장입니다! 딱 봐도 별반 우리나라 장과 다를 바가 없죠? 호박이니 콩이니, 레몬 및 오렌지, 토마토, 양배추, 감자, 고구마 등이 쌓여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여기는 가장 흥미로운 곳이면서도 가장 힘든 코스이기도 합니다. 외국인(azungu)인 우리들은 '호갱님'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전투적으로 가격을 깎아야 하거든요.



처음 오신 분들은 장보기 담당인 제가 가격 실랑이를 하는 것을 보고 아니 그 푼돈 아끼자고 무슨 짓이냐고 하시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외국인 시장가격을 우리가 높게 형성하게 되고 맙니다. 그러면 한정없이 값을 올려부르거나 다른 단체 또는 단기로 체류하지 않고 상주하는 외국인들마저 우리가 힘들게 하는 것이 되어요. 정말 터무니없이 높게 부를 때도 있어 늘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합니다. 50콰차인 양배추를 800콰차를 부른다거나 하는 그런 일도 종종 있거든요.


한정된 식비 안에서 가급적 신선한 채소를 많이 사서 가는 것이 한 주를 버티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그래도 얼굴이 익고 단골이 생기고 나서는 쇼핑하는 것이 조금 편해졌어요. 이곳저곳 오늘의 채소를 안내해주는 심포, 자기를 하와리 the apple man으로 불러달라는 하와리 아저씨 등등. 또 가끔은 굿네이버스나 다른 NGO 사람들과 마주쳐 반갑게 인사하곤 합니다.   





우리가 늘 재래시장 처음으로 들르는 매튜 사장님네 직원입니다. 탐스러운 당근, 가지, 그리고 피망! 식구가 많다 보니 이런 채소도 많이 사지만, 감자나 고구마는 거의 한 바구니째로, 사과는 심부름 받은 것까지 합해서 약 60~70개씩 사 가곤 합니다. 피곤하긴 해도 사람 사이의 정이 있는 재래시장 - 새로운 분들이 여기를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장보기가 더 필요할거예요!





네 번째 관문: Shoprite입니다. 여기서는 재래시장에서 사다가 가격 대비 여기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들, 버터, 다진마늘, 계란,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팔지 않는 과일을 사곤 합니다. 영국에서 살다 오신 5기 김택수 펠로우 (31) 는 치피쿠에서도 기겁하셨지만 여기 가격을 보고 더 어안이 벙벙한 채 저에게 "아니, 여긴 뭐가 이렇게 비싸?!" 라고 하셨습니다. 영국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비싼 거면 말 다했다면서요. 치피쿠는 현지인들도 많이 가지만, 다른 가게들은 다 백인들 위주로 가기 때문이죠.


Shoprite는 역시 남아공 국제 소매점입니다. 인도양 및 아프리카 지역에 약 16개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그래도 다른 가게들의 정가를 파악하고 있다면 Shoprite에서만 싼 것들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걱이라던지 플라스틱 컨테이너 등 다른 공산품들 역시 Shoprite에서 사요. 가장 고마운 건 다진 마늘입니다. 한국 요리에서는 다진 마늘 없이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비싸긴 해도 사면 한 주가 편리해집니다.





장보기 당번은 피곤한 임무입니다. 심부름 받은 것까지 무려 계란 네 판을 앞에 두고 빼먹은 건 없나 초췌한 모습으로 검토하고 있는 저의 모습입니다. 이왕 사진 올리는 거 이쁜 사진만 올리고 싶지만, 이것이 현실인걸요. 아 참, 대양누가병원 단수 4일째라 더 초췌합니다. 이제 두부를 파는 곳에 가서 두부를 사고, 귤 파는 곳에 가서 귤만 사 가면 됩니다! 




현재시각 12시 반, 귀가했지만 문이 잠겨서 저와 5기 김주예 인턴 (23) 이 누군가가 열쇠를 가져오기까지 짐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도착하자마자 장보기에 끌려나간 주예 언니는 이번 주 장보기가 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동대 건축 전공인 언니는 이스라엘 교환학생을 마치고 이스라엘에서 버스를 돌돌돌 타고 이집트까지 간 다음,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말라위에 도착했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사진의 우리는 바나나를 하나씩 까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습니다. 장은 다 봤는데 왜 요리를 못하니...





채소들은 물기를 말렸다가 냉장고에 넣어야 합니다. 뿌듯하군요. 저 위의 것은 무려 배추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배추된장국을 끓여야겠어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크림 스파게티에 데쳐서 들어갈 브로콜리! 브로콜리 부케예요. 





재우 오빠가 포경수술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매주 쉬지 않고 차를 몰아야 하는 동훈 오빠. 피곤할텐데도 금세 털고 일어나 양파를 썰고 있습니다. 늘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동훈 오빠. 약간 수척해지지 않았나요?




크림 소스를 맛보는 동훈 오빠와 주예 언니예요.




5기 분들 중 단연코 가장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고 계신 건 택수 오빠입니다. 영국에서 IDS를 다니며 자취 시절에 요리를 엄청나게 습득하셨다는 택수 오빠의 요리는 여느 식당의 요리 뺨치게 맛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지 않을 것 같아요! 택수 오빠가 오신 다음에는 아니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약간의 죄책감까지 들 정도입니다. 오늘 점심은 브로콜리와 베이컨이 들어간 크림 스파게티!






앗, 이야기를 깜빡했군요! 프로젝트 말라위 스태프하우스 근처에는 백 선교사님 댁에서 정성들여 가꾸신 밭이 있는데, 배추나 무, 파, 고추 및 파파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답니다. 오늘은 파파야 하나를 따 봤어요. 파파야를 갈면 연육제 대신 쓸 수 있다는데, 어떨까요? 사람 머리통만한 큼지막한 과일을 들고 있으니 기분이 좋네요. 사실 저걸 따다가 다른 하나가 바로 옆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바람에 심장이 콩닥거렸답니다. 아프리카에서_사망하는_창의적인_방법.jpg 이런 개그의 소재가 되고 싶진 않아서요. 파파야 수확 시에는 늘 머리 조심!





토요일의 점심입니다. 팀원들을 위해 밥 먹으러 올라오면서 대양 간호대학 카페테리아 급식으로 나온 닭튀김을 사온 센스 있는 재우 오빠 덕에 푸짐하게 먹었어요. 스파게티는 다시 봐도 군침이 도네요. 이만하면 우리의 토요일이 조금 짐작이 가시려나요? 그럼 이제 이만 업무하러 돌아가 보겠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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