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5 고슴도치앓이 Lilongwe, Malawi


아버지의 메일을 받고 황급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애완동물로 기르는 것이 아닙니다.

엊저녁에 백 집사님과 야산을 돌아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말라위 학생 하나가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우리 쪽으로 돌아오길래 뭐... 뭐지, 하고 살짝 긴장했다가, 학생이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뭔가를 관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고는 학생이 가버린 다음 우리도 가서 뭔가 있나 하고 기웃거렸더니 웬걸 고슴도치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밤송이 훼이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야생 고슴도치는 처음 보는 거라 한참을 상기된 얼굴로 이리저리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더니, 백 집사님이 그냥 그러지 말고 옷자락에 싸서 데려가자 하셨습니다.



진짜요?! 한 다음 냉큼 바람막이에 싸다가 집으로 납치해버렸습니다. ㅋㅋ 그게 오후 다섯 시 반 정도였는데, 진이 언니와 동훈 오빠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양배추 겉껍데기, 볶지 않은 땅콩, 콩, 쌀, 씨리얼에 물까지 대령해놓고 긴장을 풀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20분쯤 지나니까 몸을 풀고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박박 긁데요. 멀리서 봤을 때는 움직이다가도 가까이 가면 바로 다시 몸을 말고 바들바들바들 떠는 것이 안쓰러워 (어차피 그 담날 정도면 놓아줄 생각이었지만) 7시 경에 집 앞에 놓아주었습니다. Relocation by 500m......... ㅇ<-< 새끼일까요, 어른일까요?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모르겠네요.




한 시간 남짓 꼼짝않고 깜장 눈, 가시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주둥이, 분홍빛 발바닥을 관찰하고 났더니 사랑에 빠졌나봅니다. 고슴도치가 갔을까 아니면 아직 있을까 하고 대문을 들락거린 지 세 번째에 고슴도치가 사라져있자 가슴이 욱신 아프더라구요.



펫이 필요한가봅니다. 잠시나마 행복했어요.

덧글

  • 어린왕자 2012/06/15 19:31 # 삭제 답글

    고슴도치가 채식도 하던가?
  • 2012/06/15 21:28 #

    그...럼... 육식인가요
  • 파빈 2012/06/15 23:54 # 답글

    밤송이 훼이크는 통하지 않았꾼...!
  • 2012/06/18 18:03 #

    그거슨 실로 통하지 아니했다
  • sids 2012/06/23 20:42 # 삭제 답글

    개사료나 고양이 사료 주세요 키우실꺼면
    리빙박스에 키우는게..
  • 2012/06/25 14:19 #

    제가 아는 분인가요? 놓아주었어요 ㅎㅎ
댓글 입력 영역


마우스오른쪽금지